정부가 필요해

 정부가 필요해. 도구가 속 경제는 또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잘 돌아가기만 하던 점토판과 피, 점토판과 물건의 교환에서 또다시 균열의 조 지어 보였다. 누가 봐도 갑돌이 시절의 말기처럼 시중에 점토판이 많았다. 예전처럼 점토판의 숫자와 피의 양이 고정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이후 40 점토판을 가져가면 20cc의 피를 얻을 수 있었다. 가격은 미세하게 오르고 내렸으나 대체로 2:1의 비율을 유지했다. 그런데 어느새 물가는 전반적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아니 점토판의 가치가 내려갔다. 은들은 꼼꼼한 성격에다 내성적이고 성실해서 누구에게나 신뢰를 해주었다. 갑골처럼 피를 흥청망청 쓰지 않았다. 갑돌이 때와 같은 음흉한 소문이 돌지는 않았지만 계속 올라가니 박쥐들도 의아했다. 은들은 이자율을 바꿔가면서 점토판의 재고량을 조절했는데 최근에는 이자율도 올라가고 있었다. 점토판의 가치가 앞으로도 낮 아닐 거라 예상하는 박쥐들은 점토판을 맡길 때 좀 더 높은 이자를 요구했다. 한편에서는 물건값이 계속 오르자 물건을 사두려는 박쥐도 늘어나고 있었다. 이들은 은 둘에게 가서 점토판을 되찾아서 물건을 사놓는 게 이자를 받는 것보다 이득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박쥐들이 이자율도 높이고 물건값도 올려놓았다. 기간이 되기 전에 점토판을 회수하러 오는 박쥐가 예상외로 늘어나자 은들도 당황하기 시작했다. 점토판을 맡기러 오는 박쥐도 있어. 박쥐들이 각자 지니고 있을 점토판까지 빨아들였고 은 돌파를 다시 대출했다. 그렇게 풀려나간 점토판을 다시 빨고 다시 대출하는 반복을 통해서 신용을 몇 배로 확장했다. 가도의 시절에 피를 주고 얻은 점토판을 나중에 필요할 때 쓰려고 돈을 아예 얌전하게 쌓아두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확장이었으니 동굴 안에 유동성이 많이 늘어나 물가가 올랐다. 도구가 내에 점토판의 흐름을 원활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갑돌이나 이동이 사업의 속성은 같았다. 점토판을 맡겨놓은 박쥐들이 한꺼번에 찾으러 오지만 않으면 괜찮았다. 그런데 갑골에 대한 의심 때문에 채권자들이 한꺼번에 몰려서 갑들을 끝장냈었다. 나중에 정부가 인수하고 보니 갑골의 채권이 채무보다 그렇게나 많이 적지는 않았다. 망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망했다. 은들은 갑골보다 신용 창출을 더 많이 했으므로 더 위험한 상황에 몰려 있었다. 머리가 좋은 은들은 갑돌이 한 행동을 답습했으며 결국 그가 걸어간 길을 걸어갈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이를 벗어날 방도를 찾아보니 길이 있었다. 잘하면 갑골과 같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지 않고 위기를 넘길 뿐만 아니라 사업을 계속 영위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은들은 부지런히 집을 나섰다. 그가 바쁜 걸음으로 찾아간 곳은 시장 한복판에 있는 자신의 좌판이 아니라 옛날 갑골의 집, 곧 동굴 중앙점토판이었다. 박쥐들은 점토판을 만큼 느긋한 편이지만 뭔가에서 당장은 그럭저럭 꾸려가고 있지만 무슨 계기로 바지 점토판을 회수하러 오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박듯 맡겨놓고 기간이 다 지나서 찾으러 올 만큼 느긋한 허 기류가 바뀌고 있었다. 얼마 후, 은들은 더 이상 점토판을 빌려주지 않고 맡아놓기만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점토판을 빌리러 오는 박쥐들을 독려 H 씨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은 돌이 좌판에 더 이상 점토판이 없다는 악성 루머였다. 박쥐들은 그렇지 않아도 이자가 적어 불만이던 차에 소문을 듣자 마음이 분주해졌다. 점토판을 도중에 찾아다가 값이 더 오르기 전에 물건이라도 사둘 요량으로 좌판을 찾았다. 자기 생각 과는 달리 대출 창구의 폐쇄는 오히려 은들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맡기는 점토판보다 찾는 점토판의 양이 많았다. 그동안 이자를 남겨 모아두었던 점토판도 바닥을 드러냈다. 이제야 은들은 깨달았다. 감독의 갑작스러운 몰락이 녀석의 사치스러운 생활 때문은 아니었다. 문제는 생각보다 구조적이었다. 갑골과 은 돌의 사업모델은 기본적으로 비슷하지만 " 달랐다. 갑들은 피에 대한 차용증을 써주고 피에 대한 차용증을 고 관했다. 점토판은 그 자체가 화폐가 아니라 피의 차용증으로써 유아 역을 가졌으니 점토판이 파생통화였고 피가 본원통화였다. 반 돌은 점토판 자체가 본원통화였다. 점토판을 받고 예금증서를 그 느는데 예금증서가 바로 갑돌이가 박쥐들에게 발행한 점토판 위를 가진 파생통화다. 그러나 갑 돈이 예금자들에게 피를 받아서 다시 피를 대출해 주었듯이 은들은 정토 판을 받아서 다시 점토판을 대출해 주었다. 감동은 그 과정에서 갑돌이기라는 점토판을 시중에 유통했고 이 갑돌이가 화폐로 쓰였다. 그렇다면 은 돌이 점토판을 받고 내준 예금증서가 갑돌이가 와 같이 화폐로 쓰였을까? 이에 대한 답은 '그렇다'시다. 일반적으로 은행에 돈을 넣고 주머니에 있는 현금만 사용하는 사람들에게는 감이 잘 오지 않는 내용이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갑돌이가 와 마찬가지로 은 돌이 박쥐들의 예금을 받고 내 준 통장도 화폐와 거의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다. 점토판을 은 둘에게 맡겨놓고도 박쥐들이 자신에게 점토판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기 때문인데, 사람들은 자신의 예금증서 잔고와 장롱 속의 현금을 동일하게 취급한다. 점토판을 은 둘에게 맡겨놓고 없는 것처럼 까먹고 있었던 게 아니라 물건을 사거나 계약할 때 자기가 점토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흥정에 나서기 때문에 제한된 상품에 대해서 경합하는 화폐의 양은 늘어난다. 갑골과 은들은 신용을 창출했다. 갑돌이 시절만 해도 박쥐들은 이 자라는 개념을 몰랐다. 따라서 신용은 점토판 그 자체의 범위를 넘어서지 않았다. 그러나 은 돌이 시대가 되자 박쥐들은 이자라는 개념을 깨닫기 시작했고 이자를 기준으로 은 둘에게 점토판을 맡길지 빌 릴인지를 결정했다.